2) 운필의 자유로움
필묵법이란 붓과 먹으로 그 대상을 화면에 표현하는 방법이다. 종이 위에 그어진 필획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명체이며 음악의 음표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다. 필획은 붓과 먹을 사용하여 그은 획이다. 곧 필묵의 흔적이다. 그 흔적을 통해서 형상을 표현한다. 먹을 사용하는 묵법으로는 먹물의 농담과 양을 조절하여 다양한 분위기를 표출할 수 있다. 충실 공간을 이루는 필획의 기와 빈공간의 기가 합쳐져서 감상자로 하여금 큰 울림을 받게 한다.
35)
석도화론 「일획 장제1」에 나오는 말이다. 화가가 능히 그 한번 그음으로써 그리고자 하는 대상의 전체를 포용하면서 그 좁은 캔버스에 그것을 압축하여 구현할 수 있다면, 그 화가의 의식에 의도성이 명료해질 것이며, 따라서 그 붓질도 투철해 질 것이다. 그러나 그 붓을 든 팔뚝이 허령하여 자유자재하지 못하면 곧 그 그림은 엉터리가 되어 버린다. 또 변증법적으로 그 그림이 엉터리가 되어 가면 따라서 팔뚝의 영기를 잃어간다.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 그림의 생동감을 주기 위해서는 붓을 굴리며, 그림에 안정감을 주기위해서는 붓을 느긋하게 크게, 구애됨이 없이 움직인다.36)
현장사생에서 마음이 산수와 일체가 되면, 그 즐거움으로 인해 붓이라는 수단을 잊어버리고 마음이 지시하는 대로 붓이 움직이는 대로 따라가면서 운필의 자유를 얻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흥에 몸과 마음을 내맡긴다. 이제 손에 붓을 들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그리하여 점, 선, 면의 추상화된 필획을 마음껏 자유롭게 구사(驅使)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장자는 이것을 두고 득어망전(得魚忘筌)이라 했다.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버린다는 말이다. 뜻한 바를 이루고 나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썼던 수단에 대하여는 애착을 갖지 말고 잊어버리라는 말이다. 세상사의 이치도 마찬가지로 그 이치를 잘 알면 도리어 세상 속에서 자유로이 될 것이다. 획 또한 획의 이치를 알지 못하면 획에 이끌러 다닌다. 한 획의 이치를 제대로 알고 난 뒤에는 붓과 먹의 구속으로부터 풀려나와서 형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35)박덕준, “필묵법의 5단계 서법의 체계화” 『입법국정전문지 The Leader』, 2016년 10월호, pp. 42~44
36)김용옥, 『석도화론』, 통나무, 1992. p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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