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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 부채
여름날
안동시 도산면 청량산 자락에는 '그림속으로 들어가는길' 이라고
퇴계이황이 극찬한 '예뎐길'이 있다.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과 청량산을 오가던 길이였다고 한다.
그 길을 걷다보면 중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맹개마을'이
그림같이 수려한 풍광으로 한눈에 들어 온다.
멀리 청량산이 보이고 강이 굽이쳐 흐른다.
조선의 선비라면 한번쯤 걸어보고 산수를 즐기고
진경시를 읊었을 법한 길이라 생각이 든다.
녹음이 짙은 여름날 싱그러운 자연은 흥치(興致)가 절로 난다
사인암
<사인암>, 44.0×58.5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지질학적 관점으로 보면 사인암은 석회암 지대에 관입한 화강암이 하천의 반석 위에 세워진 병풍 모양의 수직절리 면을 드러내고 있다. 커다란 상자를 층층이 쌓아놓은 듯이 수직절리와 수평절리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다. 색깔마저 다양하여 마치 자연 속에 커다란 빌딩이 솟아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렇듯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경관을 지닌 사인암은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아들어 시화의 주제로 삼고 아끼던 명승지이다. 능호관 이인상과 단릉丹陵 이윤영(李胤永, 1714~1759), 정부(定夫) 김종수(金鍾秀, 1728~1799) 같은 화가들이 남긴 시구(詩句)가 절리 면에 새겨져있기도 하다.
이윤영 또한 단정한 전서체로 자신이 단양에 은둔한 뜻을 주역의 '택풍대과(澤風大過)' 에 나오는 구절을 빌려 다음과 같이 새겨놓았다.
단원 김홍도가 사인암을 그리려 찾아왔지만 10일 동안 노심초사했다는 기록이 전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하늘을 향에 뻗어있고 암벽 정수리에 있는 소나무는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서도 확인된다. 긴 세월의 자연의 모습에 비해 우리 인간은 짧은 순간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그림에서는 암벽의 층리와 그 우뚝 솟은 괴량감을 선명하게 그려내고자 하였다. 옥색과 같이 맑은 시냇물의 속삭임도 나의 눈길을 끌었다.
청량산
<청량산>, 116.8×91.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봄바람이 세찬 그날따라 더욱 씩씩해 보이는 암봉들의 향연과 사찰의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날은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화판을 한손으로 잡고 한손엔 붓을 들고 견뎌낸 힘겨운 사생이었다. 바로 앞은 낭떠러지고 주위엔 인적조차 없었다. 예상치 않은 대자연의 몸부림에 혼자 앉아 있기엔 두려움이 생겨 서둘러 사생을 마치고 내려왔다. 이 작품은 그때의 홀로 느낀 감격을 담아 실내에서 작업한 것이다. 그때의 경치는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어진 군자의 모습 같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강조하고자 주변의 수목들은 버리고 안개 처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