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단원 김홍도
단원 김홍도는 정조시기에 활동한 불세출의 화가이다. 당대의 감식가요 평론가인 스승 강세황의 지도를 바탕으로 모든 회화 영역에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이루어낸 화원이다.
김홍도는 위로는 임금으로부터 당대 문인들까지의 취미에, 아래로는 일반 백성의 취향에 맞춘 그림으로 화단에 영향을 미쳤다. 화원의 신분으로 찰방의 현감을 지내는 출세를 하였고 때로는 명사들과 교류하면서 우아하고 정취 있는 삶을 영위하기도 하였다. 김홍도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상을 정확하고 생동감 있고 실감나게 그려내는 솜씨뿐만 아니라 사물을 형상적으로 인식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그것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창조하는 구성력 또한 뛰어났다.14)
삼십대의 작품들이 주로 풍속화 위주인데 비하여 중년 이후에는 진경산수화가 주를 이룬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그는 풍속화의 업적만큼이나 진경산수화를 비롯한 산수화에서도 독특하고 세련된 화풍을 이룩했다.
김홍도의 산수화풍은 부벽준이나 하엽(荷葉)준법을 변형시킨 가운데 먹과 붓이 흩어지고 뭉치는 농담과 강약의 조절, 산뜻한 담묵기법과 매끄러운 필치의 수파묘법(水波描法), 바위와 산의 주름, 토파묘사 등이 눈길을 끈다. 변화감 있는 농담으로 표현하는 생명력과 공기감, 투명하고 시원한 수묵의 구사와 약간 비스듬한 묵선의 흐름과, 그에 따른 경물의 포치(布置)로 운동감을 주는 삼각형이나 대각선 구도, 그리고 은은한 배경이 화풍의 특징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그의 화풍은 선배 화가들인 심사정, 강세황, 이인상의 영양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홍도의 개성 있고 격조 높은 산수화풍은 수목 표현이나 암준, 토파 등 남종화 화보의 영향이 뚜렷하게 보이며, 진경 표현에서는 역시 겸재 정선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즉 김홍도는 진경산수에서 정선의 화풍을 계승하였고 남종 화보와 선비화가들의 남종화적 감성을 습득하면서 독창적인 자기 양식을 세운 것이다.15)
김홍도는 유명한 《병진년화첩》을 남기고 있다. 화첩은 <소림명월도>, <조어도>와 더불어 산수를 배경으로 한 산수풍속, 쌍치도, 화조도 등 20점으로 꾸며져 있다. 그 가운데 단양지방의 산수도인 <옥순봉도>는 김홍도 진경산수의 진면목을 드러내 보인다. 이 그림은 ‘병진춘사’라고 적혀있듯이 화사한 봄 풍경을 그린 것으로, 은은한 담묵과 담채를 옅게 칠하여 화면에 공간감을 주었고, 그 위에 색조가
그림 6. <옥순봉>, 단원 김홍도, 1796년, 종이에 수묵담채, 26.7×31.6cm, 호암미술관
다른 담묵과 태점을 쌓아올려서 경물을 표현하였다. 먹선이 집중해서 모이고 흩어지는, 강하고 약한 윤필(潤筆)의 효과를 자연스럽게 구사하였고, 우측 하단 강가에 유람선을 타고 탐승 사경하는 표현은 한층 현장감을 살려주고 있다. 배를 타고 올려다본 바위기둥은 고원법을 사용하여 우뚝 높게 솟아오른 모습을 과장되게 그려내고, 사람들이 탄 배는 심원법을 써서 낮은 수면 위에 떠있게 그려넣었다. 또한 바위기둥 너머의 산은 평원법으로 멀리 밀어내어 깊은 공간감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주∙객관의 시각을 통합한 뛰어난 구도 감각으로 실제 경치를 더욱 실감나게 표현하였다.
김홍도의 그림은 온화하고 서정적이며 조용한 기운이 흐른다. 힘차고 박진감 넘치는 남성적인 겸재의 진경산수화에 비하면 단원은 여성적인 느낌이 든다. 이러한 화법에서 김홍도는 정선의 진경산수화 못지않게 자연이 지닌 서정과 분위기를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하였다. 단원이 시도한 진경표현법은 동료와 후배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 눈앞에 펼쳐진 실경에 맞는 필선과 구도의 방법을 찾으려고 고민한 그의 자세는 오늘날에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진경산수 작품들을 그리는 데에 이정표가 되고 있다.
14)유홍준, 앞의 책, pp.314,316
15)이태호, 『조선 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학고재, 1996.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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