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현재 심사정
그림 3. <명경대>, 현재 심사정, 종이에
수묵담채, 27.7×18.8㎝, 간송미술관
현재 심사정은 정통 남종화법뿐만 아니라 조선 초기에 들어온 북종의 화법도 수용함으로써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구축한 화가이다. 그로 인해 그의 산수화는 당대의 다른 화가들에 비해 중국적이고, 또 복고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심사정의 대표 저작으로는 금강산 그림 몇 점과 《경구팔경도첩》을 손꼽을 수 있다.8)
심사정의 작품 속 금강산들은 그 필치의 대담함에서 정선의 색채를, 대부벽준의 암면과 미동이 있는 묵선과 태점에서 남종화풍의 색채를 엿볼 수 있다. 《경구팔경도첩》은 서울의 풍광을 담은 그의 만년 작품으로 <명경대>는 큰 바위와 주변의 봉우리를 절대준을 사용하여 단순화 시켰으며 암석을 태점으로 조화롭게 구사한 남종화법의 기량이 보인다. <망도성도>에서 구사된 부벽준법과 소나무 묘법, <강암파도도>의 수파표현, 그 밖의 다른 작품들에서 나타나는 갈필의 피마준과 태점 등에서 남∙북종화풍을 섭렵한 그의 개성적인 필치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실경에 큰 의의를 두거나 진경사생에 중점을 두지는 않았고, 한국의 실경에 적합한 화풍의 개발에는 소홀한 점이 있다. 심사정의 진경산수화는 실경 해석이나 표현대상의 선정, 전통적 필법과 밀착된 화풍 등 18, 19세기 진경사생의 확대를 말해 주고 있다.9)
②능호관 이인상
그림 . <은선대도>, 능호관 이인상, 종이에 수묵담채, 34.0×55.0cm, 간송미술관
능호관 이인상은 당시 선비 사회에서 시문과 학식으로 존경을 받았고 강직하고 고아한 성품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화풍에서는 그 성품과 같이 고아하고 문기가 넘치는 기상을 느낄 수 있다. 그의 회화는 속기 없는 깔끔한 필치가 드러남과 동시에 명대 오파계의 화풍을 소화한 그만의 특색이 드러난다. 건필과 습윤한 묵선, 연하게 번진 담묵 효과, 깔끔한 화면 처리는 그의 작품상의 특징들인데, 그의 고아한 인품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대표 저작으로는 <은선대도>, <구룡폭포>, <옥류동도>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구도나 필치에서 실경을 사생했다기보다 사의를 강조한 남종화법으로 소화한 흔적이 강하다. 그래서 심사정과 마찬가지로 사경에 대한 현장감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심사정의 경우보다 좀더 조선 산천의 경치에 부합하는 화풍으로 문기(文氣)와 화격(畫格)을 강조하였다.10)
이인상은 일찍이 자신의 산천 유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고래로 산수를 보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그 즐거움을 아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그 품격(品格)을 아는 것이다.”11)
곧, 실경을 그리기에 앞서 그 품격을 고담(古淡)한 묵법으로 담아낸다는 것이다.
③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그림 5. <백석담도>, 표암 강세황, 종이에 수묵담채, 53.4×32.8cm 국림중앙박물관
표암 강세황(1713~1791)은 당대 예원의 총수로서 서화의 제작뿐만 아니라 회화 이론과 비평을 선도하였다. 조선풍의 진경산수화의 모범을 보이는 한편 역대 명가들의 서화를 임모하는 성실성을 보이기도 하였다. 유년 시절의 단원 김홍도를 직접 지도하였으며, 단원이 도화서 화원으로 지낼 때에도 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생을 마칠 때까지 시종일관 “속기(俗氣) 없는 문인화”의 경지를 추구하였고, 그가 이룩한 문인화의 경지는 ‘와유(臥遊)’와 ‘사의(寫意)’라는 남종화의 본질적 정신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시대성과 독자적 개성을 드러내었다. 말하자면 “한국적 남종문인화” 내지 “남종문인화의 토착화”가 그것이었다.
⪡송도기행첩⪢에 들어있는 <백석담도>같은 그림에서 그러한 특색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평소 어떻게 하면 실제 산수를 보듯이 현실감 나는 산수를 그려낼까 궁리하던 끝에 당시로서는 새롭기만 한 서양화법의 이점(利點)을 채택하였다. 개성 부근의 경승을 여행하면서 받은 감동적인 인상들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로 현장 중심의 현실적 공간 구도와 음영효과에 의한 입체감 등을 적절하게 구사하였다. 윤곽을 잡아준 건강하고 개성적인 필선과 새로운 서양화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생기를 더함으로써 ‘품위 있는 수채화’라 불러도 좋을 만큼 참신한 감각을 풍겨낸다.12)
표암이 개척한 한국적 문인화의 새로운 지평은 일차적으로 공간 구성, 필묵, 채색의 성질 등 그가 구사한 개성적 양식에서, 다음으로는 보편가치로서의 산수 정신에 근거한 그의 조용하고 담담하며 고상한 미감에 있어서 중국의 문인화의 그것과는 차별성을 가진다.13)
8)이태호, 앞의 책, p.115
9) 이태호, 『조선 후기 회화의 사실정신』, 학고재, 1996. p.117
10) 이태호, 앞의 책, p.120
11) 유홍준, 『화인열전 1』, 역사비평사, 2001. p.85
12) 변영섭, 「문인화가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이동국 외 편,『豹菴 姜世晃, 예술의 전당, 2003. p.377
13) 변영섭, 위의 책, p.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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