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 116.8×91.0cm, 한지에 수묵담채, 2017
봄바람이 세찬 그날따라 더욱 씩씩해 보이는 암봉들의 향연과 사찰의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이날은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서 화판을 한손으로 잡고 한손엔 붓을 들고 견뎌낸 힘겨운 사생이었다. 바로 앞은 낭떠러지고 주위엔 인적조차 없었다. 예상치 않은 대자연의 몸부림에 혼자 앉아 있기엔 두려움이 생겨 서둘러 사생을 마치고 내려왔다. 이 작품은 그때의 홀로 느낀 감격을 담아 실내에서 작업한 것이다. 그때의 경치는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깨끗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어진 군자의 모습 같았다. 우뚝 솟은 봉우리들을 강조하고자 주변의 수목들은 버리고 안개 처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