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 수묵채색 P20호

 

          

매일 매일 이라는 나의 밭에 / 이해인 수녀님

 

늘 열려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누워 있는 밭

그러나 누군가 씨를 뿌리지 않으면

그대로 죽어 있을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밭

매일 다시 시작하는 나의 삶도

어쩌면 새로운 밭과 같은 것이 아닐까

밭에 씨를 뿌리는 마음으로

매일 살 수 있어야겠다

매일이라는 나의 밭에

나는 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여러 종류의 씨를 뿌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익한 명상의 씨를

더 많이 뿌리는 날도 있으리라.

아름다운 말의 씨를 뿌릴 때가 있는가 하면

가시돋힌 말의 씨를 뿌릴 때도 있으며

봉사적인 행동으로

씨를 뿌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이기적인 행동으로 무관심의 씨를 뿌린 채

하루를 마감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내가 매일 어떤 씨를 뿌리느냐에 따라서

내 삶의 밭 모양도 달라지는 것일게다 *

이해인 꽃삽 중에서

 

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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